“모두가 사랑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Interview
신현우 커피팅 대표
기업의 목적은 이윤 창출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누군가는 그냥 돈을 벌기보다는 특정한 가치를 추구하며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그 해결점에서 이윤을 창출하려 한다. ‘내 손안의 결혼정보회사’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바탕으로 움직이는 러브테크 스타트업 ‘커피팅’을 이끄는 신현우 대표 역시 그런 창업가(Entrepreneur)라고 할 수 있다. 과연 그는 어떤 제품과 방법론으로 사랑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을까?

커피팅은 어떤 회사인가요?
커피팅은 기존의 고가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결혼정보회사 서비스를 모바일 앱으로 간편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저는 커피팅에서 코딩 외의 모든 역할을 맡고 있는데, 요즘은 PM 역할과 채용 이 2가지에 가장 집중하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이 커피팅을 이용하는 구조를 간단하게 설명해 주신다면요?
결혼정보회사에서 경험하는 것을 그대로 모바일 앱으로 이동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데요. 처음에 앱을 실행하면 간단한 연애 진단 테스트를 거쳐서 심사를 통과하시면 저희 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있어요. 그다음에 본인의 프로필이나 나의 이상형을 설명하는 조건을 입력하면 그 정보를 바탕으로 매니저분들이 일주일 3명 정도를 추천해 드립니다. 추천받은 분 중에 본인이 마음에 드는 분이 있으면 3만 원 짜리 티켓을 이용해서 데이트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데이터를 수락하면 저희가 중간에서 두 분이 언제 어디서 만날지, 시간과 장소를 조율해드리고 있고요.
지금의 일을 시작하기까지는 어떤 경로를 거치셨나요?
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는데, 그때부터 막연하게 언젠가 무조건 창업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4학년 1학기 때는 한 친한 형이 취업 컨설팅 스타트업을 했는데, 그때는 그게 스타트업인 줄도 모르고 거기서 아르바이트처럼 일을 했었어요. 그러다 그 형이 우버(Uber)에 입사하면서 자연스럽게 추천으로 우버에 입사했고, 우버 이츠(Uber Eats) 서비스를 위해서 식당 사장님들에게 배달하시라고 설득하는 영업 일을 했었어요.
근데 우버에 다니면서 여기가 책에서 보던 그런 스타트업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느꼈어요. 그래서 그때 한참 핫했던 위워크(WeWork)가 진짜 스타트업이지 않을까 싶어서 이직을 했죠. 근데 한 1년 정도 일하니까 또 비슷한 감정이 들었어요. 나중에 깨달은 게 우버든 위워크든 미국에서 처음에 시작할 때는 스타트업이지만 한국에 지사를 설립할 정도의 사이즈가 되면 더 이상 스타트업 단계를 지난 상태라는 거였어요.
그때 즈음에 제가 사이드 프로젝트로 5년 동안 생일마다 네트워킹 파티를 열었었는데, 그걸 하면서 회사에서의 저와 사이드 프로젝트를 할 때의 저를 비교하게 되더라고요. 근데 사이드 프로젝트를 할 때 제가 훨씬 더 몰입하고 즐거워하다 보니 그러면 아예 회사에서 나와서 내 사업을 해야 책에서 보던 스타트업에 더 가까워지는 게 아닌가 하면서 창업가의 삶을 살게 됐어요.
창업가로서의 삶을 여쭙기 전에 생일마다 열었던 네트워킹 파티 이야기가 궁금한데요.
저는 대학 생활이 정말 재미있었는데요. 대학 생활 끝날 즈음이 되니까 내 인생에서 더이상 대학 생활이 없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뭔가 미친 짓을 하나 해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제 대학 생활을 돌아보는데 차별점이 동아리 활동을 진짜 많이 해서 친구들이 엄청 많다는 거였어요. 이걸 레버리지할 수 없을까 싶었고, 머리를 굴려보니 3만 원 정도의 입장료를 받으면 돈은 못 벌더라도 이븐하게 파티를 열 수는 있겠더라고요. 그렇게 첫 번째 파티를 열었는데, 그때 한 80명 정도가 왔어요. 그게 5년 동안 계속 이어져서 마지막에는 500명 규모까지 커지는 경험을 했죠.

창업가로서는 어떻게 ‘사랑’이라는 테마에 집중 또는 집착하게 되셨나요?
제가 창업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나서 친누나가 살고 있던 베를린으로 무작정 떠났는데요. 원래 1달만 머물려다가 코로나가 터지면서 6개월 동안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 했어요. 그때 무슨 아이템으로 창업할지를 생각했는데, 딱 한 가지 생각한 게 고객 한 명 한 명의 인생에 엄청 큰 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거였어요. 우리 일상을 뒤바꾼 유튜브나 아이폰처럼 고객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면서 좋은 영향을 끼쳤으면 좋겠다 싶었고, 생각 끝에 도달한 도메인이 연애였어요. 내가 사귀거나 결혼하는 상대보다 내 인생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게 없다 싶었거든요.
그 생각에 누나의 존재도 많은 영향을 끼쳤는데요. 누나가 30살까지는 모태솔로였어요. 20살부터 외로운 유학생 시절을 보냈는데, 창업을 마음 먹고 베를린에서 만났던 누나가 엄청 행복해하는 거예요. 알고 보니 독일인 남자친구가 생겼었고요. 그런 누나의 비포 애프터를 보니까 연애가 너무 값지고 중요하다는 생각이 커지더라고요. 그때부터 슬슬 사람들이 연애를 안 한다, 연애를 어려워한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사회에서의 난이도가 점점 높아지는 걸 보면서 연애라는 도메인으로 서비스를 만들고 사업을 시작했죠.
커피팅이 연애를 기반으로 만든 첫 번째 제품이 아닌 거로 알고 있어요.
코로나 시절에 사람들이 만나지를 못 했잖아요. 그때 줌(Zoom)이 막 떠올랐고, 소개팅을 화상으로 하면 되지 않나 싶었어요. 외국계 회사들이 첫 번째 면접을 대부분 화상으로 하듯이 소개팅도 만난다고 무조건 사귀는 게 아니니까 화상으로 하면 효율적일 거라고 생각해서 ‘큐피(QPI)’라는 서비스를 처음 만들었어요. 근데 한국에서는 화상 통화도 잘 안 하고 여자분들이 앵글에 갇혀서 처음 보는 남자랑 대화하는 게 어색하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마침 그때 공동 창업자에게 작은 사기를 당하면서 사업을 포기하게 됐죠.
그러면서 이제는 내가 머리로 맞다고 생각하는 것 말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으로 큐피 고객분들 중에 친했던 고객분들에게 맨날 전화드리고 인터뷰를 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하나같이 자기는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이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만날 수 있게끔 취미 미팅 서비스인 ‘모음(moum)’을 만들게 됐어요. 사용자들은 즐거워했는데요. 아쉽게도 투자를 유치하지 못 했고, 호스트 모집을 비롯한 모임 구성부터 CS나 마케팅까지, 소규모로 소화하기에 난도가 너무 높은 비즈니스였어요. 스케일도 안 나오겠다 싶어서 서비스를 접고, 커피팅으로 피벗을 하게 됐죠.
세 번째 창업이라서 더 두렵지는 않았나요? 거꾸로 아이템에 대한 확신이 있으셨을 수도 있고요.
확신은 없었던 것 같아요. 확신보다는 두려움이 더 큰 것 같아요. 그럼에도 제가 사업을 하게 되는 건 포기하려고 할 때마다 연애가 중요하고, 세상이 망가져 가고 있는데 앞으로 더 망가져 가는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누군가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아요. 그 생각으로 창업의 세계로 계속 돌아가게 됐던 것 같고요.
지금 회사와 제품을 어느 단계라고 생각하시나요?
저희 팀 내부적으로는 데스밸리를 걷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제가 창업한 지 한 4년 정도 됐는데 늘 월 1500만 원 정도의 매출까지는 빠르게 잘 만들어요. 근데 그다음인 3000만 원, 5000만 원, 1억 원까지 매출을 키우는 과정에서 늘 막혔어요. 커피팅으로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데, 이제는 제 체급으로 하지 못 하는 것을 해내야 하다 보니까 가끔은 혼란스럽고, 또 고민이 많은 데스밸리를 거치고 있는 것 같아요. 이 과정을 잘 끝내면 꼭 매출로 기업 규모를 판단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월 1억 원대 매출을 내는 사이즈로 커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커피팅이라는 제품을 운영하시면서 가장 보람이나 성취를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요?
많은 데이팅 앱 대표들이 거의 비슷하게 얘기하는 것 같긴 하지만, 저희 플랫폼에서 연결되신 분들이 행복하게 연애한다는 소식을 알려주실 때가 가장 좋아요. 그중에서도 가장 짜릿한 건 모태 솔로나 연애에 서툴렀던 분들이 커피팅으로 첫 번째 연애를 하게 됐다고 알려주실 때인 것 같아요.
앞으로 회사로 달성하고 싶은 궁극적인 목표, 비전이 있다면요?
저희는 나중에 연애 학교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사랑을 받느냐 못 받느냐가 운에 의해서 결정되잖아요. 운 좋게 화목한 가정에서 태어나면 사랑을 받고, 운이 안 좋으면 그러지 못 하죠. 그런 운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부분을 기술로 평등하게 맞춰서 사랑받지 못 하는 환경에서 자랐더라도 커피팅에서 어떻게 사랑받을 수 있는지를 배우게 되면 더 많은 사람이 사랑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최소 10억 명 이상 정도가 커피팅을 사용하고, 저희 서비스로 누구나 사랑할 수 있게 되면 후회없이 떠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 타임코드를 누르면 해당 구간의 유튜브 영상으로 이동합니다.
00:00 인트로
00:10 자기소개 및 커피팅 소개
01:23 창업 전 커리어
02:59 사이드 프로젝트: 500명이 모인 생일 파티
04:05 '사랑'으로 계속 도전하고 있는 이유
05:35 창업할 때의 두려움, 그럼에도 계속 하게 되는 동력
06:19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
06:45 회사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